우리 뭐 할까? 너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어? 춘천 갈까? 아니면.. 인사동? 그렇게 해서, 인사동엘 왔습니다. 그녀의 출국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거든요. 그녀가.. 유학을 가게 됐어요.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사 년쯤, 어쩌면 더 걸리겠죠. 인사동, 작은 화랑에 들렀습니다. 우리의 발걸음이 멎은 곳은 평범한 그림 앞이었습니다. 나란히 서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. 그림 속 할아버지의 뒷모습은, 할머니의 뒷모습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. 할멈..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도 몇 해 남지 않았구려. 이 겨울, 우리 모쪼록 건강하게 납시다. 그래서 내년 봄에, 꽃이 피는 것도 우리, 꼭 함께 봅시다.. 그녀는 사 년 후, 어쩌면 오 년 후에.. 다시 내게 돌아오겠죠? 그리고 우린 다시 함께 인사동을 걷게 되겠죠? 꼭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데.. 그런데도 어쩐지 자꾸만.. 이게 마지막일 것 같은.. 몇 년이 걸릴지 몰라. 사 년쯤.. 오 년쯤.. 어쩌면, 거기서 취직을 할지도 몰라. 내가 처음으로 유학 이야길 꺼냈을 때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화를 내는 대신, 잠시 눈을 감더니, 내게 물었어요. 헤어지자는 말이냐고. 그건 아니라고 했더니 당신은 말했죠. 그러면 됐다고, 오 년이든 십 년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. 그 말이 고마워 눈물이 쏟아졌지만 이미 우린 둘 다 알고 있었죠. 결혼 적령기에 있는 두 사람이 몇 년씩이나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건 이별과 다름이 아니란 사실. 지금.. 당신도 듣고 있을까요? 그림 속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말들.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말들. 영감.. 우리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. 그동안 당신 덕분에 참 행복했지요. 행여 내가 이 세상을 먼저 뜨게 되더라도 당신은 웃으며 사시구려.. 새 장가도 가시구려.. 그리고 이다음에.. 시간이 많이 흐